Diary

남해각 재생 프로젝트 중간정리

<남해대교 이야기 자원 수집 포스터>

 

작년 여름부터 남해대교와 남해각 곁에서 찍은 사진, 물건, 관련된 문헌, 동영상을 수집 발굴했다. 그 결과물을 모아 남해대교 라는 책을 만들었고, 남해각 닷컴(namhaegak.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지금도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일년이 흘렀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건축설계팀한테 건네고, 내부 공간의 기능을 설정하는 팀에게도 건네고,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한테도 건넸다. 영상팀에게도 건넸다. 건축팀, 공간기획팀, 작가팀, 영상팀 모두 남해 사람들이 남해대교와 남해각에 가지고 있는 기억을 창작의 씨앗으로 삼아 남해각을 재생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의 주관적 해석 보다는 온전히 남해 사람들의 기억, 이야기 자원에 의지하며 이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각 분야 앞 단에서 달리고 있는 분들이 남쪽까지 내려와 한 팀이 되었고, 남해대교에 얽힌 남해 사람들이 가진 기억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 이 점이 남해각 재생 사업의 가장 큰 성과이며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전문인력들이 왜 남해각 재생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모였을까? 그것은 남해대교가 가지는 문화유산적 가치 때문이다.

남해대교라는 문화유산

남해대교는 1973년 6월22일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이런 다리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기에 일본의 기술자들을 데리고 왔고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1972년 8월25일자 경향신문 8면>

박정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예를 들면 이 정도 규모의 다리를 놓기에는 인구가 적고 향후 경제적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는 판단에도 해상작업에 해군 함정과 UDT 대원까지 동원하며 밀어 붙여서 완공하였다. 개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직접 방문하였다. 

섬이 육지로 바뀐 기쁨과 현수교라는 독특한 구조의 다리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몰려 몸이 휘청할 정도로 다리가 흔들거렸습니다. 개통식 당일 일본 기술자들이 아연실색하며 사람들을 통제했다. 

남해대교는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일본의 원조-군대동원-현대건설 이라는 한국식 근대화, 압축적 경제성장을 증언하는 물적 증거물이다. 경부고속도로 역시 마찬가지이다. 1년 쯤 지나니 그 다리를 보고 걸어보겠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방송, 광고촬영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남해 사람들도 기념일 마다 찾는 명소가 되었고 4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남해의 랜드마크로 남해를 고향으로 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억하고 추억하고 사용하는 건조물이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의 시기를 증명하는 건축물이면서 그것으로 인한 남해도의 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남해사람들에게는 정신적 안도감을 주며 그곳에서 부모와 자식을 상상할 수 있는 장소기억의 현장이다. 이는 시대가 변해도 이어질 보편적 가치이며 그렇기에 남해대교는 문화유산이다.

이런 남해대교를 좀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지원공간이 남해각이며 그 당시 대기업이었던 해태가 관광사업에 투자하며 북쪽은 임진각 남쪽은 남해각을 선택했다.

 

남해각 재생 디자인

남해각은 남해대교의 경제적 가치를 알아 본 해태라는 대기업이 남해대교를 잘 기념하고 소비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 해태는 건축가를 모시고 와서 남해대교의 주탑을 형상화 한 기둥보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이 얹혀져 있는 디자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를 상징화 하여 건물을 만들었다. 얇은 여러 줄의 케이블로 지탱하는 현수교의 특징을 기둥보에 양각으로 새긴 세로형 줄무늬 디테일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2020년 남해각 재생 설계 디자인 역시 ‘복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건축적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지만 깊은 고민으로 탄생한 디자인이 남해각이며 그 가치를 살리며 천천히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력과 멋있는 디자인을 뽐내는 것이 ‘재생 디자인’은 아닐 것이다. 건축은 복원이지만 그 안의 프로그램과 기능은 2020년 당대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

남해를 찾는 방문객에게 남해 여행 수요도 설문조사를 했는데, 607명의 응답을 모았다.

– 남해에 있었으면 하는 서비스 공간은 무엇인가요?

남해의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공간 63.4% (385명) 

지역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식음공간 38.7% (235명)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명상공간 32.1% (195명)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예술공간 29.8%(181명)

 

-남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자연 및 풍경 감상 86.7%(526명)

휴식과 휴양 서비스 시설 48.1%(292명)

로컬 맛집 31.1%(189명)

지역 문화예술/공연/전시시설 관람 12.7%(77명)

남해각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노량해협과 남해대교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형 야외공연장을 조성하였고 남해각의 지하층과 1층은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조성하였고 2층 공간은 지역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식음 공간으로 예정이다. 남해를 찾는 방문객들이 남해에 바라는 공간을 압축적으로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남해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서적 경험은 무엇인가요?

편안함 85.8%(521명)

치유 54.2%(329명)

재미 27%(164명)

기쁨, 환희 17.6%(107명)

남해대교는 남해 사람들에게 어머니 다리로 안도감을 주는 다리라는 것을 상설전시를 통해 드러냈고, 남해각 재생 기획 전체에 녹여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산-물-마을-산’의 경관적 흐름은 노량해협-마을-산성산으로 흐름과 같으며 그 경관을 잘 관람할 수 있도록 야외 전망대형 공연장이 들어섰다. 앞으로 남해대교가 도보다리로 바뀌고 방문객들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행위가 생긴다면 재미와 기쁨, 환희까지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남해의 전체상을 만들기

유럽 국가들이 도시 전체를 재생할 때 하는 3가지 사업이 있는데, ①경관 디자인 ②예술콘텐츠 ③문화공간·공원 조성이다. 도시를 재생 하는 목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활력인데 그 활력을 주는 핵심요소가 이 3가지이다. 남해군도 이 3가지 사업을 충실히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남해각, 앵강고개에 조성 할 앵강봉, 미조 냉동창고에 조성중인 스페이스 미조, 미조 북항에 조성하는 뷰티풀 미조항 사업이다. 우연치 않게 지리적으로도 남해의 시작점(남해각)-중간지점(앵강)-끝점(미조)을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남해각은 남해 초입에서 남해 사람들과 남해대교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해라는 곳을 한 번 스윽 스케치 하며 들어올 수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이고, 앵강봉은 남해식 자연놀이공원으로 남해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오갈 때 아이들과 한 번 쉬어갈 수 역할을 해줄 것이고, 스페이스 미조는 예술콘텐츠를 창작하고 남해에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디자인으로 돕는 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뷰티풀 미조항은 바닷가에 문화광장형 공원의 역할을 할 것이다.

각 25억 정도의 중규모 사업들인데 이 4개의 사업이 6개월 정도씩의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다. 이 4개의 사업은 겹치지 않고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공간의 기능설정을 하였고 프로그램도 그렇게 구성하였다. 이는 남해에 들어온 방문객들이 남해의 시작지점부터 끝지점 까지 모두 돌아볼 이유를 주는 것이였고 각각의 다른 매력을 전달하지만 다 돌아보고 나면,

“아~ 남해는 몰입과 영감을 주는 휴식을 주는 곳이구나.” 

“울고 싶을 때도 올 수 있는 곳이구나!” 

라는 인식을 주도록 기획했다. 그래서 4개의 공간을 계속 한 덩어리로 홍보를 하고 상품을 개발 할 예정이다. 

 

남해각 재생의 시간

남해각 건물의 모습을 보고 실망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감이 안 되어 있고 공간별 기능이 아직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고 바로 운영할 수 있는 시설물도 안 들어와 있기에 그렇다. ‘재생’ 사업이 그렇다. 신축사업은 공기의 계산이 명확하다. 그런데 오래된 건물을 재생하는 작업은 철거도 조심스럽게 해야하고 예상치 못한 보강작업도 해야하고 옛날 규격에 맞게 비규격 창호를 새롭게 제작도 해야한다. 그래서 시공을 하면서 설계와 설비를 변경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실별 기능설정과 프로그램도 2020년 현재의 요구뿐만 아니라 1975년부터의 이야기를 이어내어 프로그램으로 승화되어야 하기에 확신있는 기능만 구현 해 놓고 나머지는 찾아오는 사람들의 반응과 운영의 모습을 봐가면서 진행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남겨두어야 해서 그렇다. 지금 새롭게 창작하는 것이 아닌 50년 전의 고민을 이어내 50년 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활용하고자 그렇다.

1975년에 조성하였지만 방치되어 쇠퇴한 남해각을 2020년에 재생하는 목적은 남해를 찾는 방문객이 남해대교를 잘 관람하고 남해 사람들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잘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살지만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우들이 명절날 또는 그리울 때 찾아와 힘을 얻어 갈 수 곳으로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목표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활기를 잃어가는 남해를 재생하는데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세 번째 목표이다. 이 3가지의 목표를 이루어 낸다면 그 당시 남해대교가 그랬듯 전국의 수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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