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망운산호와 남해대교


<망운산호 기관장 정상종(1934년생)님, 망운산호에서>

망운산호 기관장 정상종(1934년생)님의 딸인 정미영님(1963년생)이 남해각 개관 소식을 듣고 포항에서 달려왔다. 남해군청이 직영으로 운행하던 경전호(남해~여수), 금남호(창선~삼천포), 남해호(삼동~창선)와 함께 망운산호는 노량마을에서 미조항을 거쳐 삼천포를 왕복하던 여객선이다. 남해는 농업과 어업 위주라 현금을 계속 만지며 사는 사람은 드물었는데 매달 군청으로부터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아버지는 현금 수입이 안정적이라 돈을 꾸러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미영님은 설천면 진목마을에 살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읍내 시장보다는 망운산호를 타고 삼천포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는 것을 즐겼다. 그 당시에는 삼천포가 남해섬에서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큰 도시 였고 미영님도 삼천포로 치과를 무섭게 다녔던 기억을 떠올렸다. 망운산호는 78톤급의 여객선으로 물이 얕은 진목마을 앞까지 들어올 수는 없었다. 마을 바닷가에서 뗏목을 저어 배까지 데려다 주고 뱃삯을 받는 아저씨가 있었고 주민들은 배에 걸린 사다리를 타고 망운산호로 올라갔다. 기관장 아버지는 삼천포에서 딸 주려고 밤만주나 각종 간식거리를 사서 왔고 한 번씩 배를 태워서 삼천포 구경을 시켜주었다. 삼천포 항에 내리면 엿장수가 있었는데 망운산호 선원들은 엿치기를 하여 그날 밥내기나 술내기를 했다. 옆에 서있으면 엿치기한 엿은 모두 미영님 차지였다고 한다.

1973년 드디어 남해대교가 놓이고 망운산호를 비롯한 여러 여객선들이 퇴역하였다. 아버지 역시 직장을 잃었고 좀 쉬다가 남해에서 모래를 실어서 부산으로 가는 배 기관장으로 업을 이어갔다. 남해대교 건설을 통해 남해의 해상교통 산업은 쇠퇴하였고 육상을 중심으로 산업구조와 생활권 재편성이 일어난다. 남해대교가 놓이자 해상으로 접근하는 삼천포 보다는 육로를 통해 더 큰 도시인 진주로 접근하는게 쉬워졌다. 그래서 남해군 인근의 큰 도시로 진주가 부상 했다. 그 이후로 남해 사람들이 학업과 직장을 위해 진주나 마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영님 아버지는 대교가 놓이고 얼마 후 삼천포에서 TV와 냉장고를 사왔고, 우물에 전기모터를 설치하여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편리한 생활을 시작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1961년에 한국전력 광주지점 남해출장소가 생겼고 대교 1972년에 한국전력 마산지점 남해 영업소가 생겼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남해섬 가정집으로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계기가 대교건설인 것이다.

미영님은 남해 설천중학교로 진학을 했는데 남해대교로 소풍을 자주 갔다고 한다. 도시락 김밥은 아니고 멸치볶음이랑 김치, 밥을 싸서 학년별로 출발해 두 시간을 걸어서 남해대교 아래 노량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길게 좌판이 늘어서 있었는데 시소 장난감, 수건, 열쇠고리 따위의 상품부터 마른 오징어, 문어 갖은 식품들이 노량마을부터 남해대교 아래까지 늘어서 있었다. 설천중학교 근처에 사진관이 있었고 그곳 사진사가 출장와서 소풍사진을 찍어줬는데 좌판에 정신이 팔려 단체사진에 얼굴이 없는 친구들도 있다고 한다. 미영님에게 남해각은 어른들이 가는 곳이었고 그곳에 가는 사람들을 보며 “와 저런 호텔에서 자는 사람도 있네.” 하며 우러러 봤다고 한다.

미영님은 남해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 남해로 교생실습을 왔는데 그때 동료 선생님이 “대교가 들어오는 관문이기도 한데 나갈 수 없는 문이기도 하니 여기로 직장 잡지 말고 도시로 가라.” 했다고 한다. 남해대교를 고향으로 들어오는 반가운 관문으로만 해석하여 남해각 기획을 해나갔는데 시집을 오거나 도시에서 돌아와 직장을 잡은 사람들에게는 나가려면 결단이 필요한 육중한 성문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남해대교를 통한 남해의 산업구조 변화와 주민들의 생활변화, 남해대교에 대한 긍정 부정 이미지를 포함한 인식조사가 앞으로 펼쳐지는 남해대교 재생 프로젝트에 폭 넓게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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